바둑계에선 프로기사와 프로기사가, 바둑캐스터와 프로기사가 결혼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.
오늘 다뤄볼 내용은 김정현 프로기사와 장혜연 바둑캐스터의 결혼이야기를 다뤄볼까 합니다.
★질문 : 두 분이 만나는 사실을 모르고 계셨던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.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이야기 좀 들려주시죠.
정현 : 저희는 같은 대학 출신이에요. 혜연이가 저보다 한 학번 위인데 그때는 교류가 거의 없었어요. 2011년 월간『바둑』포토드라마로 한 번 만났지만 별다른 감정은 없이 정말 일로 만났어요. 그 후로 3년이 지났을까요. K바둑에 스피드 초첨국이라는 프로그램을 녹화하면서 다시 만났고 회식자리에서 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사귀게 됐습니다.
★질문 : 연애기간은 얼마나 됐을까요?
정현 : 27살에 연애를 시작했으니 3월이면 5년 9개월이 되네요. 연애기간에는 제 군 복무기간도 포함돼 있어요.
★질문 : 평소 서로를 부르는 애칭이 있는지요.
정현 : 저희가 동갑이다 보니 편하게 친구처럼 연애하는 스타일이에요. 그래서 서로 이름을 부르고 별다른 애칭은 없어요. 그리고 제가 애칭 같은 걸 닭살스러워해서 못 견뎌해요(하하).
혜연 : 호칭을 어떻게 부르냐도 중요한 것 같아서 될 수 있으면 서로 ‘야! 너!’는 하지 않기로 했어요. 아무리 화가 나도 ‘정현아, 혜연아’로 부르려고 하고 있어요. 이름을 부를 때라도 조금 더 다정해야지 않을까요?
★질문 : 바둑계에선 두 분 다 워낙 알려진 분들이라, 처음 만날 때 불편하거나 조심스럽진 않았나요?
정현 : 숨기고 할 것도 없이 너무 빨리 걸려서…. 하하. 바둑계가 워낙 좁다 보니까 한 사람한테만 걸려도 다 알더라고요. 거짓말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솔직하게 말했어요. 사람이 만나다 보면 헤어질 수도 있고, 실제로도 그런 커플들도 많이 봤고요. 결혼까지 골인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조심하면서 만나기는 했죠.
혜연 : 기원 근처에 가면 저 멀리 떨어져서 걷는다던지 나름 조심하기는 했어요. 기원에서 앞뒤로 두세 정거장 주변에선 특히 더 조심했죠.
★질문 : 연애를 하다보면 위기의 순간도 있었을 텐데요. 그럴 땐 어떻게 극복하셨는지요?
정현 : 모든 연애가 위기가 없을 순 없다고 생각해요. 저희도 마찬가지고요. 섣불리 헤어지자고 하기보다 생각의 시간을 가졌어요. 그 시간 동안 조금 더 상대방의 입장과 감정을 생각하면서 저자신도 성장했던 것 같아요. 그래서 그 위기를 극복하고 이렇게 결혼까지 하게 됐네요.
혜연 : 저도 비슷한 것 같아요. 위기나 안 좋은일들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저를 성숙하게 만들었고, 지금은 오히려 그런 문제가 일어났을 때 다투기보다 서로 좀 더 유연하게 대처가 가능해졌어요. 오래 연애를 해서 이 사람의 스타일도 잘 알기 때문에 이제는 그러려니 하는 부분들도 당연히 생겼어요.
정현 : 처음에는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 투성이었고, 안 맞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어서 초창기는 많이 싸웠어요. 근데 이제는 서로 어느 정도 타협이 가능해졌달까요. 조금씩 고쳐나가면서 서로에 맞추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.
★질문 : 바둑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습니다. 장단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?
정현 : 승부하는 기간에는 혜연이가 많이 이해해주는 편이에요. 대국에서 지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한다거나, 친구들이랑 술 한잔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잘 이해해 줘요. 단점이라면 비밀이 없어요. 가끔은 혜연이한테 숨기고 놀고 싶기도 한데 친구들이 겹치다 보니까 ‘정현이 지금 어디에 있던데’라고 정보를 전달해 주더라고요. 그래서 차라리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나아요.
혜연 : 방송을 하다보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정보 말고도 선수들의 뒷이야기를 팬들이 굉장히 궁금해하시거든요. 알기 힘든 내용들이 많은데 ‘저 선수는 성격이 어떻고 저런 에피소드가 있었다’ 같은 정보를 정현이 통해서 많이 얻을 수 있어요. 그런 부분들이 방송을 하는데 도움이 돼요. 제가 생각하는 단점도 비슷해요. 회식하고 있으면 이미 그 자리에 계신 분들이 정현이랑 연락을 하고 계세요.
정현 : 분명 저랑 약속한 게 있는데 더 먹었다고 제보가 많이 들어오더라고요.
★질문 : 남자친구의 대국을 방송한 적이 있어요?
정현 : 혜연이가 거의 K바둑 방송을 하는데요. 공교롭게도 제가 K바둑에서 하는 대회 본선엔 잘못 올라가더라고요. 그런데 만약 하게 된다면 신경이 많이 쓰일 것 같아요. 인터뷰할 때도 그렇고…. 해야 된다면 해야겠지만, 선택권이 있다면 고르진 않을 것 같아요.
혜연 : 저는 다른 의미에서 많이 하고 싶어요. 그만큼 성적이 좋다는 의미잖아요.
- 같이 바둑을 둔 적도 있나요?
혜연 : 한번 둔 적 있어요. 친구 집에 놀러가서 요리를 해 먹고 설거지 내기 바둑을 두기로 했어요. 그런데 정현이가 저를 상대로 정말 치열하게 두더라고요. 계시기까지 가져다 놓고 초읽기 바둑으로 두니까 대책이 없더라고요. 거기다 분명 살아있는 돌인데 이거 산 거 맞냐고 물어보면서 심리전까지 펼치고. 그 후로 절대 이길 수 없는 걸 알고 다시는 안 둬요.
★질문 : 결혼을 결심한 계기가 있을까요?
혜연 : 오래 만나다보니 자연스럽게 결혼까지 생각한 것 같아요. 제가 정현이한테 많이 혼나기도 하지만 질리지 않는 매력을 가진 친구라서 이런 부분이 결혼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.
정현 : 저는 혜연이가 워낙 편했어요. 승부를 하다 보면 아무래도 예민한 부분도 있는데 그런 부분을 잘 이해해 줘요. 나름 까칠한 저에게 잘 맞춰주니까 결혼하면 잘 살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.
★질문 : 내가 꿈꾸는 결혼생활이 있을까요?
정현 : 가장 베스트는 화목한 가정이었으면 좋겠어요. 한 번도 안 싸울 순 없으니 좀 덜 싸웠으면 좋겠죠. 먼저 결혼한 형들이 1년 동안은 엄청 싸울 거라고 계속 겁을 줘요. 아무리 오래 만났어도 서로 다 안다고 생각하지 말래요. 연애 초반에도 많이 싸우긴 했지만 결혼은 또 다른 거라서 걱정이 되긴 해요. 그래도 연애 기간도 길었던 만큼 조금 더 부드럽고 유연하게 헤쳐 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?
혜연 : 정현이가 말한 것처럼 큰 위기 없이, 있더라도 잘 풀어나갔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. 나쁜 것 덜 먹고. (정현 :술 적게 마시라는 거네.) 식사 후엔 같이 산책도하고 대화를 통해 서로를 보듬어 줄 수 있는 그런 결혼생활을 원해요.
★질문 : 서로의 장점을 꼽자면요?
정현 : 음…. 너무 어려운데요? 혹시라도 이상한 거 말했다가 평생 잔소리 들을 것 같으니 말 잘해야겠네요. 혜연이는 언제나 편하고 밝아요. 뭘해도 즐겁고 같이 있을 때 편한 것만큼 좋은 게 있을까요? 가장 큰 장점이죠.
혜연 : 이번 결혼 준비하면서 느낀건데 제가 뭘 알아보고 준비해서 이게 어떠냐고 물으면,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잖아요. 그런데 정현이는 항상 혜연이가 찾아봤으면 그게 맞는 거지라고 믿어줘요.
★질문 : 마지막으로 평화로운 가정생활을 위해 서로에게 바라는 점이 있으면 한마디씩 해주시죠.
정현 : 서운한 일이 있어도 싸우지 않고 현명하게 풀어나가고, 서로 싫어하는 행동은 최대한 하지 않도록 배려해 가면서 잘 살아보자!
혜연 : 힘든 일이 있어도 그 상황에 맞춰서 서로 이해하고 서로 대화를 통해 맞춰갔으면 좋겠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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